최근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재진단암 진단비’ 특약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첫 번째 암 진단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암이 발병했을 때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설명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약관을 들여다보면 보장 범위가 생각보다 좁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까다로운 ‘재진단’의 정의
재진단암 진단비는 이름 그대로 ‘재진단’ 시점에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문제는 이 ‘재진단’의 기준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동일 부위 암의 재발은 보장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반드시 다른 장기에서 새롭게 발생해야만 보험사가 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가 “암이 다시 생겼다”고 생각하더라도 보험사 기준으로는 ‘재진단’이 아닌 단순 전이·재발로 분류돼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일정 기간 지나야 보장 개시
또 다른 문제는 보장 개시 시점이다. 대다수 상품이 최초 암 진단 이후 2년 또는 3년이 지나야 재진단 보장을 시작한다. 만약 이 기간 안에 다른 부위 암이 발생한다면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일부 상품은 동일 부위가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내 발병할 경우 보험금을 감액해 지급하는 조건을 두기도 한다.
보험료 부담에 비해 낮은 효율성
보험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재진단암 특약은 일반 암보험 대비 월 보험료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지급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결국 장기간 보험료만 납입하다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발병률이 낮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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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Pixabay |
기존 보장과 중복 가능성
이미 일반 암 진단비, 특정암 진단비 등 다양한 보장을 갖춘 소비자라면 중복 가입의 우려도 크다. 동일 상황에서 여러 특약이 동시에 지급되지 않거나, 기대한 만큼의 차별적 보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오해 유발
전문가들은 재진단암 진단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비자 오해’를 꼽는다. “두 번째 암이 발생하면 무조건 보장된다”는 식의 막연한 믿음을 갖게 되지만, 실제 약관은 훨씬 복잡하고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암보험 관련 분쟁 사례 중 상당수가 ‘보장 범위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가입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전문가들은 재진단암 진단비 가입 전 반드시 △재진단의 정의 △보장 개시 시점 △감액 조건 △중복 보장 여부 △보험료 대비 효율성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존 암보험 보장 구조와 겹치지 않는지, 실제 필요한 보장인지 따져본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장은 넓게, 비용은 합리적으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많이 가입하는 것보다 필요한 순간 제대로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진단암 진단비는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들이 ‘두 번째 암 보장’이라는 이름만 믿고 섣불리 가입했다간 정작 필요할 때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