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이 말했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떻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대로 좋다. 그러나 아직 그것으로는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자에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자공이 말했다.
“『시경』에 ‘(옥기를 다루는 자가) 먼저 대강의 모양을 따라 자른 다음에 이를 갈아서 성형하고, 또 이를 쪼아서 다시 다듬고 마지막으로 닦아서 완성한다.’라고 노래하였으니, 그것은 아마도 지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덕을 닦는 길이 무궁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비로소 너와 함께 『시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너에게 지나간 것(이미 말한 것, 즉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으며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는 것이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는 사실)을 일러주었을 뿐인데, 올 것(아직 말하지 않은 절차탁마, 즉 끊임없이 덕을 쌓고 학문을 힘써 닦는 도리)까지 깨달았구나.”
▶직역
子貢曰(자공왈) 자공이 말했다. “貧而無諂(빈이무첨)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으며, 富而無驕(부이무교)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다면 何如(여하) 어떠합니까?” 子曰(자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可也(가야) 괜찮으나 未若貧而樂富而好禮者也(미약빈이락부이호례자야) 아직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자만은 못하다.”
子貢曰(자공왈) 자공이 말했다. “詩云(시운) 『시경』에 ‘如切如磋(여절여차) 자른 것 같고 간 것 같으며, 如琢如磨(여탁여마) 쫀 것 같고 간 것 같다.’라고 하니, 其斯之謂與(기사지위여) 아마도 이를 말하는 것이겠군요.” 子曰(자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賜也始可與言詩已矣(사야시가여언시이의) 사는 비로소 그와 더불어 『시경』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告諸往而知來者(고저왕이지래자) 그에게 지나간 것을 일러주니 올 것을 아는구나.”
▶해설
○何如: 어떠한가?
주로 상황이나 성질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거나 가부(可否)를 물을 때 사용하는 관용구. 대사 목적어 ‘何’가 동사 앞으로 도치된 형태. 참고로 ‘如何’는 주로 방식을 물을 때 사용하며 ‘어떻게 하는가?’가 된다.
○可也: 괜찮다
허여하는 말로, 흡족하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좋다는 의미.
△可: ‘괜찮다’는 뜻의 형용사. △也: 판단 또는 진술의 어기를 나타내는 어기조사.
○未若~也: 아직 ~만하지는 못하다
○詩云~: 『시경』에 ~이라고 말하다
△詩: 『시경(詩經)』을 일컬음. 공자 당시에는 ‘시경’이라 부르지 않고 ‘시’라고 했다. △云: 주로 시문을 인용할 때 쓰이는 동사. ‘말하다’, ‘이르다’.
○如切如磋如琢如磨: 자른 것 같고 간 것 같으며, 쫀 것 같고 닦은 것 같다
『시경』 「위풍(衛風)·기욱(淇奧)」의 한 부분. ‘切·磋·琢·磨’는 옥기(玉器)를 다루는 네 가지 공정. 끊임없이 덕을 쌓고 학문을 힘써 닦음을 비유한다.
○其斯之謂與: 아마도 이를 말하는 것이겠지!
△其~與: ‘아마도 ~이겠지!’. 여기서 ‘其’는 추측을 나타내는 부사, ‘與’는 감탄의 어기를 나타내는 어기조사. △斯: 화자에게 가까이 있는 것을 가리키는 지시대사. 앞에서 한 공자의 말을 가리킴. △之: 목적어〔斯〕를 동사〔謂〕앞으로 도치시킬 때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놓는 구조조사.
○賜也始可與言詩已矣: 사는 비로소 그와 더불어 『시경』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與’ 뒤에 대명사 ‘之’가 생략됨.
△賜: 자공의 이름. △也: 음절과 어조를 조절하는 어기조사. △已矣: 단정의 어기를 나타내는 어기조사가 연용된 것인데, ‘已’에는 이미 상황의 발전 변화가 일어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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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공(단목사) |
○告諸往: 그에게 지나간 것을 말하다
△諸[저]: ‘之於’의 합음자(合音字)로, 자공을 가리키는 대명사 ‘之’와 대상을 나타내는 개사 ‘於’의 축약형.
글쓴이: 김인서(민들레피앤씨 대표)